행운의 글쓰기
매일 쏟아지는 무수한 글들 중에서 읽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하루에도 누군가가 공을 들여쓴 글들이 수천개는 쏟아진다. 신문사와 웹진에서 발행하는 칼럼들, 블로그와 페이스북의 글들, 매일 출간되는 책들이나 잡지들을 생각하면, 이미 하루 안에도 평생 읽을 수 없을 만큼의 글이 세상에 나오는 셈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중에서 운 좋게, 연이 닿은 극소수의 글만을 만나게 된다.
그러니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에게 닿는 것도 기적같은 일이다. 마치 어느 대륙에서 출발한 돛단배가 망망대해에서 작은 무인도를 만나는 것처럼 드물고 어려운 일이다. 그에 관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긴 어려울 수도 있다. 내 글이 세상의 다른 모든 글들보다 아름답고 뛰어나고 의미심장해서는 아닐 것이다. 오늘 세상에 나온 글들 중에는 분명 내가 쓴 글보다 가치있고 빛나는 글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글 대신 내 글이 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일은 우연에 아주 큰 부분을 빚지고 있다. 아주 감사한 일이다.
그렇다면 역시 아무렇게나 글을 쓸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번의 닿음이 기적이고 절실한 우연이자 절묘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정갈한 마음으로 내가 믿는 진실을 온전히 담고자 애쓰게 된다. 되도록이면 좋은 문장을 만들고 사실을 전달하고자 한다. 인연과 우연을 소중히 여기며 그 앞에서 예의를 갖춘다면 더 좋을 것이다.
어떤 글은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호응을 얻는다. 반면, 어떤 글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닿을 뿐이다. 그러나 어느 쪽의 글을 쓰든 글쓰기를 대하는 나의 태도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닿은 글이든 그렇지 않은 글이든 그러한 글들은 모두 나에게 나온 것이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인사이트를 줄지에 대해서는 예측되는 바가 없다. 그저 양적인 결과만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내가 쓴 '오늘'의 글이 '누군가'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