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후배들이 취업과 관련된 조언을 구하면 유일하게 조언이랍시고 해주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물론 나처럼 경력이 일천하며 역량이라곤 바퀴벌레 수준인 사람이 후배들에게 조언이라는 것을 해주는 행위 자체가 언감생심일테지만 아무튼 그렇다.
사실 스터디도 좋고 면접 연습도 좋지만 기저역략을 가장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글 쓰는 연습을 많이 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취업스터디나 면접 연습 같은 것을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했던 취업관련 활동이라고는 각종 프로젝트 참여와 내 일상을 기록하는 일들, 그리고 경제 관련 글을 쓰는 것이 전부였다. 굉장히 허접하지만 난 내가 목표로 하는 길을 걷고 있다.
그렇다면
글, 정확히 말해 2천자 이상의 긴 글을 쓰는 행위는 왜 중요한지 알아보자.
취업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바로 자기소개서의 작성과 면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이 두 과정의 공통점은 각자의 머릿속에 관념화되어 있는 개념들을 글 또는 말의 형태로 풀어 내야만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관념의 풀어냄이 인사 담당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게 하려면, 최소한의 논리적인 구조와 조리 있는 구성, 그리고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이를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
위에 언급한 논리적으로 짜여지고 조리있게 구성된 언어, 그리고 그 언어의 근거가 되는 배경지식이 잘 조합되려면 당연히 연습이 필요하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은 이를 취업 스터디나 모의 면접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틀렸다. 애시당초 선택한 방법이 휘발성이 상당히 강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은 오늘 친구와 나누었던 담화를 모두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는가? 아마 모의 면접을 백 번 해봤자 그 내용들은 집으로 귀가하는 동안 절반 넘게 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문장으로 남기게 되면 경우가 다르다. 내가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으며 작문을 하는 동안에도 지속적인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말과는 달리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 번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며 그 이후에는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이러한 연습을 거듭하면 자연스레 머릿속에서 같은 말이라도 좀 더 짜임새 있고 논리적으로 구성되게 된다. 잊어버리기 전에 글로 남김으로써 휘발성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어떤 산업군이든 취업을 하고 싶거든 그곳에 대한 스터디가 당연히 선행되어야 하나 중간 과정에 그 스터디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꾸준히 글로 써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점점 실종되고 있다. 최근에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인스턴트한 의사소통, 소위 '3줄 요약'과 같은 방식을 더욱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긴 텍스트는 점점 더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선배들의 책임도 막중하다. 가끔 가다보면 기존에 나의 글들을 보고 '3줄 요약'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긴 글을 읽고 써야 하는 당위도, 그 방법론도 다들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아무도 알려주려 하지 않으니 제대로 된 방법론으로 취업준비가 되겠는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