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대한민국은 만혼과 비혼, 이혼율 증가 등으로 1인 가구가 가장 주된 가구 유형입니다. 이에 따라 1인 가구의 경제권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통계청 자료(KOSIS)에 의하면 2017년 기준 1인 가구의 비중은 28.6%로 가구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
‘1인 가구’는 20대가 21.7%로 가장 많고 70세 이상이 19.1%로 그다음으로 많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50~60대가 주축인 1세대 가구(부부)나 40대 전후가 많은 2세대 가구(부부+자녀)와는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적은 가구수 때문에 생활문화가 다른 것이죠.
늘어나는 1인 가구의 비중만큼 이들의 행태는 어떤지 한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개별자료들을 바탕으로 1인가구들과 다른 가구들을 비교했고, 이것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한번 상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1인 가구는 TV보유율이 91.6%로 다른 유형의 가구에 비해 낮으며 데스크톱 컴퓨터와 노트북, 태블릿 PC 보유율은 TV보다 차이가 더 커서 다른 유형의 가구의 1/2에서 1/3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이를 통해 1인가구는 가족 구성원의 수가 적고 주거 공간이 협소하여 TV와 PC, 가정용 전화 등 가구 매체 보유율이 전반적으로 낮은 환경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서울 거주 비중이 높고 주거형태도 아파트보다 비아파트(단독주택, 다세대, 오피스텔)의 비중이 높은 환경 특성을 보임)
위와 같은 상태에서 요즘 떠오르고 있는 OTT(온라인 동영상 제공 서비스) 같은 구독 서비스를 전 세대는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한 자료도 있었는데요.
의외로 가장 많이 시청할 것 같은 1인 가구의 유료방송 가입률은 85.9%로 1세대 가구(95.0%)나 2세대 가구(94.5%), 3세대 가구(97.7%)에 비해 낮게 나타났습니다. 상대적으로 1인 가구의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률(10.7%)은 높게 나타났지만 IPTV 방송 서비스 자체 가입률은 낮게 나타난 겁니다.
OTT 서비스는 가족 구성원이 많고 다양한 세대의 가구에 더 효과적으로 어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1인가구는 대체 무얼 하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요.
1인 가구의 TV 이용자 비율(주 5일 이상 이용)은 71.8%로 가장 낮았지만 TV 이용시간은 3시간 10분으로 1세대 가구(3시간 24분)에 비해서는 적지만 2세대 가구(2시간 22분)나 3세대 가구(2시간 53분)에 비해 많게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TV를 즐겨본다는 것이죠.
또한 1인가구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도 1시간 46분으로 2세대 가구 다음으로 길게 이용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1인가구는 '스마트폰'을 통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시청을 늘리고 있었는데요. 그 비율은 16.6%로 2세대 가구원(18.1%)에 비하면 낮지만 1세대 가구와 3세대 가구에 비해서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2016년 같은 주제의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11.8%에서 16.6%로 4.8% p 증가한 수치입니다. 2세대 가구원의 증가율(1.6% p)이나 3세대 가구원의 증가율(2.9% p)에 비해 높은 것이죠.
스마트폰을 통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시청(%),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더불어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이용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시청 비율도 1인 가구가 6.6%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1인 가구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가구 보유율이 2세대 가구나 3세대 가구의 1/2에서 1/3 수준인 환경을 감안하면 활용도가 높음을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1인 가구는 데스크탑PC를 포함해서 노트북, 스마트패드의 보유율이 다른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반 이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동영상 제공 서비스(OTT) 이용 시 스마트패드 이용이 가장 높고 데스크톱 PC 이용률도 높아 스마트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시청의 경우 1인 가구의 10대와 20대 이용률이 각각 39.6%, 40.3%로 다른 가구 유형의 같은 연령대 구성원에 비해 2배 내외의 차이를 보였으며 30대 이용률도 29.6%로 3세대 가구의 30대 이용률(32.9%)과 함께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전체적으로 전통적인 정보매체기기들은 그 수요가 낮아지고 스마트폰이 확실히 영향력 있게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1인 가구는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도 혼자 보기를 좋아하고 스마트기기로 방송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방송시간에 맞춰서 시청하기보다는 몰아 보기 등 '능동적 시청'을 선호합니다.
가족들이 모여 TV를 통해 정보매체를 접했던 과거와는 달리 줄어든 가구 구성원 수 만큼 한'개인'으로서 스마트 기기들을 활용해 정보 습득을 능동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요즘 세태로 보입니다.
연령별로도 1인 가구의 60대 이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TV를 선택한 비율이 가장 낮게 나타난 것도 주목할 점입니다. 과거 TV의 위상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스마트폰을 필수매체로 선택한 1인 가구의 비율은 55%로 2세대 가구의 가구원(65.7%)에 비해 낮았지만 1세대 가구 (37.3%)나 3세대 가구(48.0%)에 비해 높게 나타났는데요. 연령별로는 1인 가구의 10대부터 30대까지 스마트폰을 선택한 비율이 동일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을 보면 이들은 밀레니얼, Z세대의 주축으로서 개인화된 정보매체 습득 방법과 이에 달라진 환경을 다시 한번 대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대한민국 2017~2067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향후 1인 가구의 증가 추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전 산업에 걸쳐서 1인 가구에 대한 관심도가 더 늘어날텐데요. 어떤 서비스와 제품들이 나올지 정말 기대됩니다. 일단, 지금처럼 다양한 미디어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능동적' 미디어 이용 트렌드는 더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원론적인 경제원칙만 내세우며 대중을 꾸짖고 있다는 것인데요. 미국에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도가 계속 높아지는 반증으로 자신이 사회주의자임을 선언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같은 정치인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전보다 약해지고 있는 거 아닐까요?
(*라구람 라잔, 경제학자이자 시카고 대학 교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교수인 라구람 라잔은 자본주의를 지지하지만 좀 고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제3의 기둥: 시장과 국가는 어떻게 공동체를 소회시켰나]라는 책에서 "현재 자본주의의 문제는 국가나 시장의 실패로 규정할 수 없고 '공동체의 실패'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 1, 2차 세계대전을 지나오면서 발전한 기술과 함께 높아진 경제성장률이 1970년대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꼽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유럽의 엘리트들이 연합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뒤쳐지는 것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스타기업'들의 등장과 함께 소외된 대중과 이로 인한 부의 쏠림현상이 더 가속화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능력주의를 요구합니다. 이는 돈을 많이 받는 일자리를 구하려면 더 많은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전 좋은 교육같은 '혜택'을 받아야하는 겁니다. 대도시의 고소득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에 비해 지방의 저소득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고소득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여러 보고서를 통해 일반화 되었습니다. 이는 현시점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회의 평등'은 실현/체감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자본주의의 미래-폴 콜리어(경제학자/교수)]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능력주의로 인한 대도시로의 자원 집중과 세대 간 이뤄지는 부의 대물림, 특정 계층을 위한 정책 등이 현재 사회의 불만을 누적시켰다는 것입니다. 그는 가장 좋은 자원은 대도시와 몇몇 대기업, 그리고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과 자녀들에게 배분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위에서 언급되고 있는 '부의 양극화'는 비단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페인 카탈루냐의 지방 분리독립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 또한 상대적으로 부유한 카탈루냐 지방이 비생산적이고 가난한 지방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거절하고 재정 독립을 추구함으로써 부의 양극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라구람 라잔 교수는 앞으로 자본주의와 사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지방주의'를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연해 있는 세계의 도시화 현상을 분산시키고 그 분산된 도시환경에 따라올 고등교육을 누리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해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 이유는 도시화, 고등교육, 능력주의 등과 같은 것들은 모두 현재 자본주의의 핵심요소로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지난 성장의 시간만큼 자본주의의 뿌리들은 아주 깊이 정착됐습니다.
2019년 세계국민들에게 분명한 것은 이런 기회의 평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고 무엇보다 이 인식이 '젊은세대'에게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짜 위기는 위기인데도 불구하고 위기인 줄 모르느 것이고, 그보다 더 큰 위기는 위기인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다음 세대를 위한 체계를 아예 망가뜨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관한 여러 기사를 보면 기자가 끝에 꼭 한 줄 덧붙이는 멘트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게 이렇게 많으니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중국 정부에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등의 멘트입니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장황하게 떠들었는데 끝에 뭔가 대책이 없으면 기사 완결성이 떨어지는 것 같으니 한 줄 끼워 넣는 멘트입니다. 말이야 쉽지만, 만약 그게 실효성이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 정말 무책임한 멘트겠죠. 시청자들에게 희망 고문만 시키는 셈이니까요.
-저 역시도 그런 고민으로 국제법 관련한 내용을 취재하게 됐습니다. 취재하며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내용을 담아볼까 합니다. 물론 저는 ‘법알못’입니다. 몇 번의 취재만으로 충분히 내용을 숙지한 것도 아니기에 참고했던 자료도 함께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병천 교수님의 논문 ‘국외 발생 미세먼지 관련 국제법적 분석 및 대응방안’,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보고서 ‘월경성 대기오염물질 관리를 위한 단계별 대응방안 연구’, 이외에 과거 국가 간 환경 오염 분쟁 사례를 정리한 여러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앞선 글의 비유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앞집 똥이 넘어오지 않게 강제하려면 관련 법이 있어야겠죠. 만약 그러한 법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앞집에 찾아가 책임지라고 ‘항의’하면 도리어 사생활 침해로 신고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도 마찬가지겠죠. 중국에 항의하라는 청원이 20만 명이 넘지만, 정부 차원에서 밑도 끝도 없이 중국보고 줄이라고 하는 것은 주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속은 시원하게 해줄 수 있겠지만,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지, 또 잃는 건 무엇일지 판단하는 게 우선돼야겠죠.
-그래도 다행히 이 동네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습니다. 자기 집의 더러운 것들이 남의 집에 해를 끼치지는 말아야 한다는 아름다운 전통이죠. 국제 사회에도 그런 기본적인 원칙이 있습니다. 1972년 스톡홀름원칙 21의 ‘no harm rule’, 즉 자국의 오염 물질이 타국에 손해를 끼치지 않을 책임의 원칙입니다. 물론 이 원칙이 그 자체로 강제력 있는 수단은 아닙니다. 이를 근거로 나온 협약 등이 체결된 뒤에야 구체적인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유럽 국가 간에 맺은 다자간협약(CLRTAP), 미국-캐나다 간의 대기 질 협정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최근 인도네시아-싱가포르 간의 연무 분쟁도 국내에서 많이 참고되고 있는데 여기의 배경에도 ASEAN 협정이 있습니다.
-그럼 중국과 빨리 협약을 맺으면 되는 거 아니냐 하겠죠?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합니다. 아니, 절대적입니다. 가령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한 파리 협약과 비교해 볼까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 생존 시간(체류 시간)이 매우 길어서 어느 곳에서 배출되든 대기 중에 고루 섞여 전 지구에 영향을 미칩니다. 기후변화는 전 인류의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에 진통은 있었지만,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참여하는 협약 체결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미세먼지는 성격이 다릅니다. 대기 중 체류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인접 국가 사이의 문제로 한정됩니다. 한중 간의 문제에 국제 사회가 굳이 관심을 두지 않겠죠. 철저히 당사국 간의 문제로 남게 됩니다. 그럼 유럽 등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수십 년간의 협력 연구를 통해 증거를 축적하고, 당사국 간의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 등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입니다. 한중 간에도 가능할까요? 협력 연구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고, 설령 증거를 축적한 뒤라도 협약 체결을 목표로 한다면 난관이 많을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양국 간 힘의 논리도 그렇거니와 최대 교역국이라는 경제적인 면, 지정학적 관계 등 따져볼 게 많겠죠.
-설령 협약이 체결돼도 현재 중국의 배출 저감 노력 이상의 무언가를 우리가 얻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협약이 일방적인 요구가 아닌 이상 우리보다 중국이 배출 저감을 위해 훨씬 노력하는 상황에서 득보다 실이 많을 거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결국, 협약 체결 등 강제력 있는 외교적 조치를 목표로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가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습니다.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한중만이 아닌 주변국을 끌어들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특별한 솔루션이 없는데도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실현 가능성은 따지지 않고 많은 분이 중국발 해결에 목메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령 중국발이 50% 정도더라도 이것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이고, 현재 국제법상 실현 가능성조차 불투명합니다. 물론 그 시기를 앞당기고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중요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협력 연구를 보다 강화하고, 배출 저감에 초점을 맞춰 주도적으로 이끌려는 시도도 필요할 겁니다. 또 중국에 관측소를 설치하거나 관측 자료 등을 공유해 예보 정확도를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죠. 그런데 정말 미세먼지를 줄이는 게 목표라면 보다 쉬운 길에 집중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분노와 혐오가 목표는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미세먼지, 중국 탓이 대부분은 아니다.”라고 얘기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그래서 미세먼지는 국내 탓이란 얘기냐”입니다. 국내 반, 중국 발 정도라고 얘기를 하면 “중국발이 50%여도 적지 않은데 이게 문제가 아니란 얘기냐”는 질문도 나옵니다.
-어쩌다 이런 프레임이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미세먼지가 중국파와 국내파로 나뉠 문제인가요? 최근에는 정치적 진영 프레임으로 나누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과학으로 이해돼야 할 미세먼지 문제를 너나 할 것 없이 정치 문제로 다룹니다. 복합적인 요소가 매우 복잡하게 작용하는 미세먼지가 누군가의 칼에 의해 무 자르듯 잘립니다. 미세먼지를 과학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에게조차 그 칼끝이 향합니다. 저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에 의해 국내파, 친정권파로 분류되더군요. 그냥 중국인으로 분류하는 분들은 더 많고요.
-제가 미세먼지가 대부분이 중국발이라는 인식을 부정한다고 미세먼지가 다 국내 탓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략 절반 정도는 국내, 나머지 절반 정도는 중국발이라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에 기반해 보도합니다. 절반 정도나 차지하는 중국발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중국발 미세먼지와 관련한 증거도 어느 누구보다 많이 보도해 왔습니다. 지금도 중국발 미세먼지의 증거라며 떠도는 기사들의 상당수가 제 기사입니다.(그것들을 퍼나르며 제가 정권이 바뀌자 변절했다는 분도 계시더군요.)
-서문이 길었습니다. 6편까지 써오는 동안 가까운 분들부터 모르는 분까지 보내주신 다양한 반응을 보며 느낀 점이 많아서 그랬습니다. 이제 겨우 다다른 지점이 미세먼지의 영향은 평균 농도가 중요하며, 그 평균 농도는 대략 국내 반, 중국 반이라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미 많은 분이 “너는 왜 국내 탓만 하고 있냐”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아직 시작도 않은 얘기인데 말이죠. 그래서 이번 글부터 다루려고 합니다. 이 반반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외국에서 유입된 오염 물질이 내 숨으로 들어오는 것은 당연히 불쾌한 일입니다. 남이 우리 집에 똥 싸놓는 꼴이랄까요. 그런데 어차피 남의 똥이 싸질러져 있으니 내 똥도 아무 데나 싸질러 놓고 안 치울 건가요? 남의 똥이 훨씬 더 커 보여서 내 똥은 더럽지 않게 느껴지나요? 남이 자꾸 우리 집에 와서 똥을 싸면 여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겠죠. 동시에 우리가 싸는 똥에 대한 대책도 필요할 겁니다. 다만 둘은 분명 다르게 접근해야 하겠죠. 더럽지만 나름 적절한 비유라 생각해 이번 글에서 밀고 나가보겠습니다.
-먼저 남이 우리 집에 똥을 싸면 어떻게 할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항의하자’일 겁니다. 그래서 옆집에 따졌습니다. 너네 똥이 우리 집으로 넘어온다고. 그랬더니 그 집에서 그 똥이 내 똥이라는 증거가 있냐고 합니다. 담장(위성) 위에서 보면 스멀스멀 내려오는 게 다 보인다, 니 똥 특유의 냄새도 난다(성분 분석)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들이 싸는 똥이 워낙 많은데 우리 집 쪽이 지대가 낮으니(편서풍)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적반하장으로 가끔 우리가 싸는 똥이 자기네 쪽으로 튀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현재 한중 간의 상황은 위의 비유 가운데 “증거가 있냐” 쯤 온 것 같습니다. 작년에 한중일 미세먼지 공동 연구 결과 발표가 무산됐죠. 중국 쪽 배출량 자료가 과거(2010년) 자료라는 중국 측 항의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이 한반도와 가까운 동부 지역 19개 성시의 최신 배출량 자료를 한국 연구진에게 보내왔습니다. 그 외 지역은 중국 칭화대 자료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 중국 전체의 배출량 자료가 확보된 셈입니다. 이 배출량 자료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에는 한중일 3국 정부가 인정하는 공동 연구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잘 진행된다면 중국발이 몇 %인지가 적시돼 나올 겁니다. 이후의 상황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편서풍 지대이니 바람을 타고 일부 유입되고, 최근에는 기후 변화의 영향도 크며, 일부는 반대로 한국에서 중국으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으니 이건 일방적인 가해-피해의 문제가 아니다, 함께 줄여나가자" 뭐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국민이 바라는 대로 “우리가 너네한테 이만큼이나 보내니 얼마나 보상해줄게, 아니면 너희가 원하는 만큼 줄여줄게” 이런 대답이 나올 거라 기대하긴 어려울 겁니다.
-그러면 우리로서는 ‘아~항의로는 씨알도 안 먹히는구나. 경찰에 신고하자’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신고해서 남의 집 똥이 우리 집에 안 넘어오게 하려면 관련법이 있어야겠죠. 똥이 넘어가지 말아야 할 의무, 넘어갔을 때 피해 보상, 넘어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줄여야 할 법적 의무 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건 평균 농도잖아요.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건 고농도일 때만입니다. 그럴 때 조사해 보면 중국발이 대부분이니까 이 글은 틀린 것입니다." 네! 제가 5편에 달리길 기대했던 댓글입니다. 제가 여러분들의 궁금증 대로 시리즈를 구성한 것 같아 흐뭇합니다. 위와 같은 생각을 하신 분들께 이번 글이 반전의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바로 '평균의 함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여러분들은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의 농도부터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주의보가 내려질 정도의 농도인가요? 아니면 '나쁨' 수준 이상의 농도일까요? 아마도 최소한 '나쁨' 정도는 되어야지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해로울 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역치'라고 하는 개념입니다. 문턱값이라고도 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아무리 주변에서 사람들이 재잘거려도 귀에 해롭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떤 놈이 진짜 귀에 대고 '미세먼지는 다 중국 탓이야' 소리 지르면 고막이 나가겠죠. 네, 이상한 비유지만 역치라는 건 이렇듯 그전까진 인체에 해롭지 않다가 어느 순간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이야기해요.
-그렇다면 미세먼지의 역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이 그래프부터 보시죠. 첫번째 첨부한 그림입니다. Addressing Global Mortality from Ambient PM2.5(Apte et al., 2015)에 실린 그림입니다. (이것 말고도 미세먼지의 역치를 찾기 위한 여러 연구들이 비슷한 그래프를 나타냅니다.) 미세먼지에 따른 각종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미세먼지를 얼마나 낮추면 우리 몸에 해롭지 않을까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대요. 근데 농도가 아주 낮은 나라에서 이 정도면 더 줄여도 효과가 없겠지 했는데 그래도 미세먼지를 줄이면 줄일수록 사람들의 건강이 더 낫더래요. 그래서 인류가 사는 도시 가운데 가장 깨끗한 농도(5.8㎍/㎥)인 수준까지 조사를 해봤는데도 낮으면 낮을수록 사망률이 줄더랍니다. 우리나라같은 고농도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곳인데 말이죠. 소소익선(少少益善)이란 말입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미세먼지는 어느 수준 이상이어야지 해로운 게 아니라 낮은 농도에서도 있으면 있는 만큼 해롭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미세먼지가 심지어 집 안에서도 유해하니 잘 때도 마스크를 끼고 자라는 의도는 아닙니다. 미세먼지는 '유해성'의 관점에서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고 싶어서입니다. 아마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 여러분이 생각하는 미세먼지와 유해성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는 그림 2일 것입니다.(또 발로 열심히 그려봤는데 이해에 도움이 되실런지 모르겠습니다ㅠㅠ) '미세먼지는 최소한 '나쁨' 이상의 농도에서만 해로울 테고 그렇다면 우리한테 문제가 되는 건 고농도를 일으키는 중국 때문이지, 우리가 배출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테야. 그래서 평균 따윈 함정이고 오류일 뿐이야' 라고 생각하셨겠죠. 그런데 이게 미세먼지에 관한 가장 큰 오해였다는 겁니다.
-물론 미세먼지의 단기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평소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호흡기가 안 좋은 분들에게는 단기간의 고농도 시기가 마지막 한계치를 넘어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사상 최악'이라던 고농도 시기를 되돌아 봅시다. 주변에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폐병이 걸려 픽픽 쓰러져 나갔나요? 일주일이 지난 지금 여러분의 삶에 큰 변화가 생겼나요? 보건학자들은 미세먼지는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에게는 장기간, 지속적 노출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장기간 마신 미세먼지의 총량, 즉 '평균 농도'가 결정한다는 의미입니다.
-WHO의 Air quality guidelines에서도 평균 농도를 줄일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초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6%씩 늘어난다고 봅니다. 국내에서 초미세먼지 때문에 1년에 약 만2천 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에서도 '평균 농도'를 WHO 권고치만큼 줄이면 조기 사망자수가 8천 명이 줄어들 거라고 말합니다. '평균 농도'는 결코 함정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일반인이든 언론이든 많은 사람이 미세먼지를 '고농도' 시기에만 집중해 바라보고 있습니다. 원인과 대책도 '고농도' 시기에서만 찾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기상 요인과 중국발 등이 겹쳐 발생하는 '고농도' 시기는 애초에 우리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나오는 대책들도 '이미 떠다니는' 미세먼지를 줄이려거나(인공강우, 스모그타워) 회피하는 대책(마스크, 공기청정기)에 급급한 상황입니다. '고농도의 늪'에 빠진 셈입니다. 그 예산을 '나오는'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사용한다면 당장 우리가 체감하긴 어렵더라도 비용이 들어간 만큼 많은 사람의 건강에 도움이 될겁니다. 최소한 인공강우나 스모그타워보다는 나을 거란 말입니다.
-정부도 언론도 전문가도 대다수 사람들의 건강에 혜택이 돌아가고, 상대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평균 농도' 줄이기의 관점에서 미세먼지를 바라보는 게 어떨까요? 미세먼지는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줄인 만큼 우리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또 평균 농도를 줄이면 당연히 고농도 시기의 농도 역시 줄어드는 효과도 있으니까요.
-7편에서는 그렇다면 이 가운데 우리가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3편은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과거에 비해서는 줄어들었다는 내용을, 4편은 중국의 배출량도 줄어드는 추세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런데도 국내 미세먼지에 있어 중국이 분명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줄었더라도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굴뚝으로 불릴 만큼 '절대적인' 오염 물질 배출량이 많은 국가입니다. 편서풍 지대에 있으니 우리는 중국의 영향을 상당히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양이 얼마나 될까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국내 미세먼지에 있어 절대적인 수준일까요? 이번 글에서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할 '중국발 몇 %?'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중국발이 몇 %냐는 연구 결과와 기사는 그동안 지겹도록 많이 나왔죠. 그런데 그 숫자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먼지를 붙잡아서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거기에 'made in China'가 써있을까요? 그럴 리 없죠. 보통은 복잡한 모델링을 통해 '추정'하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과정도 알기 어려운 복잡한 모델링보다 일반인도 알기 쉬운 수준에서 중국발을 추정하는 방법을 제안해 보겠습니다. 이른바 '중국이 없다면 한국의 공기는 어떤 수준일까' 방법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4㎍/㎥입니다. 만약 중국발이 50%를 차지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중국만 없다면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2㎍/㎥로 줄어들 겁니다.(물론 이는 초미세먼지의 복잡한 과학적 특성을 매우 단순화한 결과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제가 그림 하나를 그려봤습니다. 발로 그려서 죄송요.
-중국발이 정말 절대적인 수준인 90%를 차지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중국이 없다면, 즉 국내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만으로는 농도가 2.4㎍/㎥밖에 안 될 겁니다. 이게 지구 상에서 가능한 숫자일까요? 해외 연구 결과를 찾아보니 북극에서 관측한 농도가 2㎍/㎥ 정도입니다. 만약 중국발이 90%라면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의 양은 극지에서 나오는 수준과 비슷하다는 재미난 결론이 나옵니다. 국가별 통계를 찾아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가 아이슬란드로 5㎍/㎥였습니다. 중국발이 80%라고 가정했을 때 나오는 국내 농도겠네요.
-중국발이 50%라고 가정하면 농도는 12㎍/㎥이 나오죠. 이 정도면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네요. 글쎄요. 우리가 유럽 선진국 만큼 환경 규제가 심한가요? 개개인의 환경 의식이 그만큼 선진화 했나요? 제 스스로도 우리나라가 유럽 선진국과 비슷하다고 하기엔 좀 부끄럽네요. 지난해 연평균 농도를 보니 15㎍/㎥ 안팎인 나라가 이탈리아, 브라질, 싱가포르 등이 있네요. 현재 우리나라 농도의 약 60% 수준입니다.
-물론 이러한 추정 방식이 그다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방법으로 설명드리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는 복잡한 과정과 불확실성에 대한 이해 없이 결과로 나온 숫자 하나만 남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위성 사진'이라 믿는 그래픽 몇 장, 서풍 불면 농도가 높아지는 이유, 백령도의 농도가 높은 이유 등을 통해 본인이 추정한 '중국발 %'를 훨씬 더 신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와닿을 만한 쉬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이런 방법을 제안해 봤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중국발이 90%라고 믿으십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펭귄처럼 자동차 없이 걷고 헤엄치며 사셨습니까? 북극곰처럼 전기도 쓰지 않고 겨울잠 자며 살아왔습니까? 당신은 펭귄도 북극곰도 아닌, 적어도 국내 미세먼지의 절반 정도는 책임지고 있는 한국 사람입니다.
<다음 편 예고> 여기서 나온 결과는 다 평균 농도 아니냐고요? '평균의 함정' 아니냐고요? 우리 몸에 해로운 건 고농도 시기라고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담아보겠습니다.
-이제부터 중국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시작 전에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미세먼지의 상당량이 중국에서 넘어온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두 또는 대부분이 중국발이라는 것은 부정합니다. 또 하나, 저는 중국인이 아닙니다.
-그럼 사람들이 '미세먼지=중국'을 연결 짓는 몇 가지 논리를 살펴볼게요. 1. 이렇게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갑자기 나빠지는 건 중국의 급격한 경제 발전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1~3편에서 미세먼지가 갑자기 나빠졌다는 것 자체가 거짓임을 말씀드렸습니다. 2. 중국이 베이징 등 수도권의 공장을 산둥성 등 한반도 가까운 쪽으로 이전시켜 중국은 깨끗해지고 한반도는 나빠졌다. 3. 중국이 동쪽 지역에 쓰레기 소각장과 석탄화력발전소를 대규모 건설해 한반도의 공기질이 나빠지고 있다.
-먼저 2번의 '산둥성 공장 이전설'에 대해 살펴볼게요. 중국은 2013년부터 징진지, 즉 베이징, 톈진, 허베이 등 수도권 지역의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합니다. 공장이나 발전소, 자동차의 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고 단속을 강화하는 등의 정책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징진지 지역의 공장을 도시 외곽으로 이전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었죠. 이때부터 중국이 수도권 지역의 오염도를 낮추기 위해 공장을 서해에 인접한 산둥성으로 대거 이전했다는 의혹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언론사가 산둥성 현지 취재를 했고, 산둥성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을 통해 이미 수 차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산둥성 역시 강력한 규제가 적용받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산둥성 괴담은 끊이지 않습니다. 이 분들은 중국이 베이징 등의 배출량은 줄었지만, 한반도와 가까운 산둥성 등에서는 배출량이 늘고 있다고 끊임없이 '주장'합니다. 근거도 없이 말이죠.
-3번의 쓰레기 소각장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여러 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사실입니다. 그런데 소각장과 발전소의 건설이 오염 물질 배출량의 증가로 이어졌을까요? 국내 영흥화력발전소 등 최근 지어진 석탄화력발전소는 중국 쪽도 배출량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쓰레기 소각장의 배출량도 얼마나 큰 지 제대로 알려진 바 없고요. 그럼에도 아무런 증거 없이 중국의 석탄화력과 소각장이 한반도에 '재앙'을 가져올 거란 기사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이 지역의 배출량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확인해봐야겠죠?
-그래서 1~3번 괴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을 가져왔습니다.
그림1,2) Remote sensing evidence of decadal changes in major tropospheric ozone precursors over East Asia (Souri et al, 2017)에 실린 그림입니다. 미국 OMI 위성 센서로 동북아시아 지역의 주요 초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이산화질소 농도를 관측한 자료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중국에 위성 자료인 줄 알고 전달했다는 '그래픽' 자료가 아니라 이건 진짜 위성 자료입니다.) 그림 1은 2005~2010년의 변화 경향, 그림 2는 2010~2014년의 변화 경향입니다. 붉은색은 증가를, 파란색은 감소를 나타냅니다.
-보시면 2010년 전까지 중국은 대부분 지역에서 붉은 색, 즉 증가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2010년 이후에는 중부 내륙 일부를 제외한 중국 전역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중국의 급격한 경제 발전과 이에 따른 오염 물질 배출량 증가는 2010년 이전에 일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한반도는 2010년 이후에도 수도권과 부울경 벨트를 중심으로 이산화질소가 증가한 경향을 나타냈고요.
-아마 중국 괴담에 푹 빠지신 분들은 2014년까지 자료니 그렇다, 2015년부터 미세먼지가 심해졌다고 말을 살짝 바꾸시겠죠? 그런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그림 3~6)은 국내에서 대기오염 배출량 부문 권위자이신 건국대 우정헌 교수님이 중국 칭화대 측 자료를 재가공해 제공하신 내용입니다. (국내 언론에 단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단독 자료인데 페이스북에 풀고 있는 현실이 참 씁쓸하네요.)
-2015년 대비 2017년의 배출량 변화 경향을 나타낸 자료입니다. 그림3은 직접 배출된 초미세먼지(PM2.5), 그림4(질소산화물-NOx), 그림5(이산화황-SO2), 그림6(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초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물질 배출량입니다. 초미세먼지, 질소산화물, 이산화황은 중국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모두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크게 줄지도 늘지도 않는 상태입니다.
-중국의 이 같은 배출량 저감은 실제 중국 내 초미세먼지 농도 저감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림7)은 2018년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EPIC)의 연구팀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전역 200여 개 도시의 공기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수록된 자료입니다.
-베이징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30㎍/㎥ 이상의 감소 폭을 보였습니다. 한반도와 가까운 산둥성의 옌타이도 4년 사이 농도가 46%나 감소해 베이징은 물론 중국 내 다른 도시들보다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대기질이 개선됐습니다. 공장이 이전했다면 나타나기 어려운 변화입니다. 뿐만아니라 절대적인 수치로도 29.7㎍/㎥를 기록해 중국 내에서 가장 대기질이 깨끗한 도시 중에 하나로 꼽혔습니다.
-물론 이러한 구체적인 통계보다 '무조건 중국 탓' 괴담이 대중들에겐 훨씬 잘 먹힙니다. 그걸 부추기는 언론도 한몫하고 있고요. 다만 저는 최소한 KBS에서만이라도 '미세먼지가 최악이다', '중국탓이다' 이러한 기사가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이 글은 그동안 국내에서 중국 내 미세먼지를 다룬 어떠한 기사보다도 많고 자세한 팩트를 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많이 공유하고 널리 퍼뜨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