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사람이 하는 말은 그게 뭐든 별로 듣고 싶지 않다. 논리상 옳은 말이라 해도 인정하고 싶지 않다. 효과적인 설득은 논리로 이성을 공략하는 게 아니라 유대관계에 정서적으로 어필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으로 상대를 설득하려면 호감을 먼저 쌓아야 한다.

친분은 그 자체로 상대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 실력이 뛰어난 딜러가 열심히 세일즈 해 봐야 난 들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지인이 와서 하나 사달라고 하면 바로 사준다. 그게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 지인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영업에서 접대도 이와 비슷하다. 어떤 걸 대접한 대가로 계약이 되는 게 아니라 접대하는 과정에서 쌓은 친분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걸 돈으로 쉽게 살 수 있다면 돈을 주지 접대에 시간을 쓰지 않는다.

사람은 원래 설득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설득당하는 건 기본적으로 지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상대방 말을 들어 얻는 편익이 마음을 안 바꾸고 그대로 있는 것보다 크게 차이 나지 않으면 굳이 바꾸려 하지 않는다. 설득이 직업인 사람들에겐 이 지점이 참 어려운 부분이다.

진짜 영업을 잘하는 고수들은 상대를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다. 그 시간에 친분을 쌓는 데 집중한다. 각종 모임에 참석해서도 뭘 먼저 팔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가 무슨 일 하는지 정도만 알리고 술 마시고 노는데 집중한다. 그러면 친분이 쌓인 사람들이 필요할 때 알아서 연락한다.

영업이 설득이라면 효과적인 영업은 친분을 쌓는 것에 있다. 이걸 놓치면 엉뚱한 곳에 힘을 뺀다. 물론 고객이 안 사는 건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보통 상대와 유대관계가 없어서인 경우가 대다수다. 로비스트란 직업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건 이익이나 논리 이상의 유대관계가 필요하다.



가끔 후배들이 취업과 관련된 조언을 구하면 유일하게 조언이랍시고 해주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물론 나처럼 경력이 일천하며 역량이라곤 바퀴벌레 수준인 사람이 후배들에게 조언이라는 것을 해주는 행위 자체가 언감생심일테지만 아무튼 그렇다.


사실 스터디도 좋고 면접 연습도 좋지만 기저역략을 가장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글 쓰는 연습을 많이 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취업스터디나 면접 연습 같은 것을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했던 취업관련 활동이라고는 각종 프로젝트 참여와 내 일상을 기록하는 일들, 그리고 경제 관련 글을 쓰는 것이 전부였다. 굉장히 허접하지만 난 내가 목표로 하는 길을 걷고 있다.



그렇다면

글, 정확히 말해 2천자 이상의 긴 글을 쓰는 행위는 왜 중요한지 알아보자.


취업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바로 자기소개서의 작성과 면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이 두 과정의 공통점은 각자의 머릿속에 관념화되어 있는 개념들을 글 또는 말의 형태로 풀어 내야만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관념의 풀어냄이 인사 담당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게 하려면, 최소한의 논리적인 구조와 조리 있는 구성, 그리고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이를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


위에 언급한 논리적으로 짜여지고 조리있게 구성된 언어, 그리고 그 언어의 근거가 되는 배경지식이 잘 조합되려면 당연히 연습이 필요하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은 이를 취업 스터디나 모의 면접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틀렸다. 애시당초 선택한 방법이 휘발성이 상당히 강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은 오늘 친구와 나누었던 담화를 모두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는가? 아마 모의 면접을 백 번 해봤자 그 내용들은 집으로 귀가하는 동안 절반 넘게 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문장으로 남기게 되면 경우가 다르다. 내가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으며 작문을 하는 동안에도 지속적인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말과는 달리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 번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며 그 이후에는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이러한 연습을 거듭하면 자연스레 머릿속에서 같은 말이라도 좀 더 짜임새 있고 논리적으로 구성되게 된다. 잊어버리기 전에 글로 남김으로써 휘발성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어떤 산업군이든 취업을 하고 싶거든 그곳에 대한 스터디가 당연히 선행되어야 하나 중간 과정에 그 스터디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꾸준히 글로 써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점점 실종되고 있다. 최근에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인스턴트한 의사소통, 소위 '3줄 요약'과 같은 방식을 더욱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긴 텍스트는 점점 더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선배들의 책임도 막중하다. 가끔 가다보면 기존에 나의 글들을 보고 '3줄 요약'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긴 글을 읽고 써야 하는 당위도, 그 방법론도 다들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아무도 알려주려 하지 않으니 제대로 된 방법론으로 취업준비가 되겠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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