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함, 행운, 그리고 충분한 어드밴티지: 초창기 나이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자서전의 대부분은 쓸모가 없다 생각한다. 사람이란게 그렇다. 남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은 과장하고 불리한 부분은 축소하거나 누락한다. 또 어떤 부분은 선택적인 사실만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대부분의 자서전은 과신적이고 자기 기만적이며 자기 합리화적이다.
내가 많고 많은 책 중에서도 슈독을 뽑아든 이유가 사실 그랬다. 요즘 스트레스가 많고 하는 일도 잘 안되서 깔 게 필요했다.
작정하고 비판하려고 고른 책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비판할 구석을 찾기가 힘들었다. 필 나이트 개인사에 관한 부분이야 좋게 포장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비지니스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흠을 찾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참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구나 생각했다.
슈독은 나이키의 공동창업주인 필 나이트가 나이키의 전신인 블루리본스포츠를 창업한 이야기부터 나이키를 상징하기까지, 말 그대로 초창기 나이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초기 나이키가 얼마나 무모하고 행운이 따랐는지를 알 수 있다. 책에서 나온 것만 해도 완전 파산할 뻔한게 무려 3번이다. 각각의 상황에서 적절하게 인맥을 활용했고 운도 따랐기에 그 상황을 넘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3번의 대위기를 제외한 나머지 시기는 평했는가 하면 그렇진 않다. 참 처절하게 사업을 이어나갔다. 블루리본스포츠를 창업한 이후로 6년간 월급 한푼도 챙겨가지 못했고 매출은 늘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상장 전까지 끊임 없는 현금부족에 시달려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들이 계속 나온다.
물론 이 정도의 이야기야 성공한 사업가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늘 나오는 얘기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더 포장할 수도 있는 부분을 포장하지 않았다는 점이고 자신이 가진 어드밴티지를 정확하게 언급했다는 부분이다.
많은 사업가들이 참 쉽게 열정을 입에 올린다. 그렇지만 그 많은 사업가들 중 대부분은 자신이 보유했던 어드밴티지를 밝히는데 대해서는 쉽게 입을 다물어 버린다. 오히려 어드밴티지를 축소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과 필 나이트에게 감명받은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그는 굳이 자신이 누렸던 어드밴티지와 행운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그가 원래 스포츠맨이었고 스포츠용품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스포츠에서는 실력 외에도 어드밴티지와 운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이트는 기업가에도 그러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필 나이트가 초기 6년 동안 월급 없이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스탠포드 MBA에다 CPA를 취득한 사람이었고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포틀랜드 대학교에서 회계학을 가르치는 투잡을 뛰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잡을 뛴 덕분에 월급을 받지 않고 사업을 가꿀 수 있었고 회계사와 회계강사로 받는 월급을 사업에 밀어넣어 초기의 현금부족을 해결할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그는 결혼 전까지 부모님의 집에서 살면서 숙식을 해결해 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걸로 사업에 재투자 할 수 있었다. 또한 아주 초기에 사업을 시작할 떄는 아버지의 보증으로 금액을 끌어모았는데 이것은 그의 아버지가 지역 커뮤니티에서 영향력 있던 인물이란 점도 한 몫 했다. 그 점에서 보자면 블루리본스포츠의 시작은 밑도 끝도 없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안정적인 기반 하에서 꽃핀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그의 성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인물이 바로 공동 창업자였던 빌 바우어만이다. 지금도 여전히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인 나이키 코르테즈를 만든 인물이자 와플무늬 밑창을 개발했으며 미국 육상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한, 사회적으로 매우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나이트가 육상선수 시절 이 코치와의 인연이 없었더라면 그의 비지니스는 제대로 시작도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초기 사업 당시에는 이 빌 바우어만이 블루리본스포츠의 핵심 자산으로 꼽히기도 했으니 말이다. 나이트는 책을 통해 이런 요소들을 명확히 이야기 하고 있다.
성공은 아무나 쉽게 입에 올리는 싸구려 열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냉정한 현실 하에서 있는대로 박박 긁어 모은 어드밴티지와 안정성을 기반으로 피어나는 것이며 여기에 마지막으로 보탤 것이 열정이다. 과거에 우리는 이 냉정한 현실을 외면한 채 뜬구름 잡듯이 열정만 조망하기에 바뻤다. 정작 이 열정이란 것은 이 안정성에 힘을 보탤 마지막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필 나이트가 사업에 대한 '미친 생각'으로 가득했던 것은 사실이나 지역에서 확고한 영향력을 갖춘 아버지의 보증과 동시대 최상위에 들어가는 학벌과 학력, 그리고 언제든지 실패의 가능성과 사업을 뒷받침해줄 안정적인 일자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육상 코치와 그의 개발품 등이 없었다면 그의 사업을 나이키가 되기도 전에 블루리본스포츠에서 끝나버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모든 요소들을 제거해버리고 열정과 노력만 강조한다고 생각해보라. 그것이 제대로된 조망일까?
"역시 열정과 노력으로 거대한 신화를 만들어 냈구나"라고 오독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필 나이트가 이 책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나름대로 안정적인 기반과 우위를 바탕으로 시작했던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어려움이 많았고 망할 뻔한 적도 많았지만 결국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 점에서 필 나이트가 사업가로서 가진 강인함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비판하기 위해 펴들었던 책이었지만 감명하며 책을 덮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