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문재인 대통령이 멕시코전 종료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격려해 주시는 영상을 봤는데 선수들이 다들 너무 대역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손흥민은 울음을 터뜨리고 다 죽은 분위기에서 대통령과 영분인이 어색하게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아무리 국가대표팀이라고 하지만 축구를 못하는게 그렇게 죽을 죄는 아니지 않은가. 이제 세계 최고 강호와의 대결만이 남았 있는데 심하게 주눅부터 들어버린 선수들 모습에 미안함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사실, 프로가 실력이 없으면 욕을 먹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긴 한데 이를 너무 당연한 것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국가대표팀이라는 휘장은 너무 무거운 것이 사실이고, 또한 우리나라는 징병제의 특수성상 남성 선수들은 병역까지 걸려있기 때문에 본인들도 못지 않게 절박할 것이 아닌가. 매번 월드컵 때마다 경우의 수가 세시풍속으로 자리잡은 현실에 헛웃음이 나오긴 하지만 월드클래스의 벽은 또 그만큼 높은 것이다. 나만 해도 매일매일 사회의 높은 벽에 좌절하고 때로는 웃는 일을 반복하지 않나 싶은 것이다.


때문에 독일전은 5:0으로 지든 7:1로 지든 선수들 비난하지 않고 그냥 편안하게 관전할 생각이다. 못해서 지니까 화가 났는데 선수들이 격려차 찾아온 대통령 앞에서 고개도 못 들고 울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차마 욕을 할 수가 없더라. 그건 그렇고 대통령이 그 분위기에서 화이팅 외쳤다고 공감능력 운운하는 사람들은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그럼 거기서 여러분들은 독일한테 발릴테니 마음 편하게 경기하고 오라고 얘기하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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