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지 좀 되었지만 관련 후일담을 풀어본다.


키노트를 보고 아는 의사 선생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곤 선생님께선 '진짜 대단한 놈들'이라고 말했다. 키노트 후 IT 전문가, 삼성 관계자와도 얘기했지만 가장 놀란 건 의사 선생님이었다. 심전도 측정을 손목 위에서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미친 물건'이라고 몇번이나 강조했다.


1. 대학생때 어머니가 폐암 투병을 하면서 부정맥 증상이 심해져 힘들었다. 왼쪽 가슴에 패치를 붙이고 살았다. 불규칙한 박동이 오면 잽싸게 패치에 기기를 연결해야 데이터가 기록됐는데 당시 부정맥은 길어야 30~40초 정도였다. 그 사이에 그 짓을 해야 측정이 된다. 의사가 말했었다. "아마 잡긴 쉽지 않을 거예요."


이런 배경으로 새로운 아이폰보다 애플워치에 더 눈이 갔다.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 낙상 신호나 심전도, 심박동 측정은 그야말로 오버스펙이다. 하지만 이젠 지구촌 모두가 고령화되어가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환자가 절실함을 느끼면 주위 가족은 모두가 잠재적 시장이 된다.


무튼 이러한 부정맥측정은 진단 불가가 나올 때도 엄청 많은데 환자 입장에선 거의 뭐 사람 살리는 기계나 다름없다. 


2. 낙상 방지 기능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일까? 2011년 기준 노인 가운데 낙상 경험을 갖고 있는 비율이 21%다. 120만 명이다. 또 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이는 질환은 암도 아니고 심혈관 질환이다. 한국서도 10만 명당 41.5명이다. 무려 사망원인 3위다.


3. 애플워치는 이미 롤렉스를 제치고 단일 시계 브랜드 매출 1위다. 다음 챕터인 의료기기는 제대로 시작도 안했는데 이 정도이니 뭐...


4. 사실 삼성이 먼저 갔어야 할 길이다. 갈팡질팡 이것저것 넣어서 기기도 만들어 보고, 회사도 새로 만들어 보고 새 먹거리라면서 광고도 했지만 실패했다. 역시 먼저 그림을 그리고 달려나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5. 잘게 쪼개면 이야깃거리는 많지만 역시 놓치게 된다. 애플이라는 1조 달러짜리 거함이 그리는 그림을 보면 괜히 애플이 아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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