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 과학고에 서울시립대를 나온 수학 천재에게 과외 받은 적이 있다. 그 형은 연구원 신분이기도 했지만, 몸이 안 좋아서 병역면제를 받았다. 형의 그런 사정을 고려해 위로해준답시고 "형 같은 천재는 군대에 안 가는 게 오히려 나라에 더 좋은 일 같아요. 형이 연구 열심히 하는 게 사회에 더 유익하니까." 
 
그랬더니 그 얌전한 형이 정색했다. "능력 있거나 부자라고 해서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를 저버리면 정의가 무너지는 거야.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의무를 지켜야 나라의 정의가 바로 선단다. 그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야."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적당히 넘어가듯 말한 것에 저렇게 단호하게 답변하다니.
 



손흥민은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천재다. 그가 군대 간다고 해서 딱히 국력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실익이 없더라도 그는 병역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가 새로운 규정을 세워 안 가면 앞으로 다른 분야의 모든 천재에게도 그런 기회를 줘야 한다. 손흥민이 군대 간다고 국력이 강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가 이런저런 명분을 붙여 의무를 저버리면 정의가 무너진다. 그건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는 스포츠 스타든 뭐든 어떤 이유로도 병역면제가 가능한 규정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스타라고 해서 병역면제가 가능하다면 한류를 이끄는 연예계 스타들도 면제 안 될 이유가 없다. 

엄청난 세금을 내는 기업인들도 면제가 돼야겠다.
 
개인이 천재인 건 그냥 자신의 복이다. 그게 나라에 도움이 됐다고 해서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를 무시할 명분은 못 된다. 

사실, 손흥민이 영국에서 활약하는 것과 병역의무 이행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그가 축구를 열심히 하는 건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스스로 원해서일테니까.


그래서 병역의무에 대해선 그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어도 당연히 이행해야 할 의무란 생각이 든다.



더불어 난 우리나라 병역과 국방이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군에 입대했을 때 정말 이해 못 하는 시스템과 그 문화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현대 사회는 매우 다양한 사회이며 그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개성은 더욱더 그 색이 가짓수를 더해 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원래 가지고 있던 색이 표현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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