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리가 절대 없다고 생각했다. 절대 권력을 지니고 있는 자가 스스로 권력을 포기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깐. 인간은 본디 그런 존재다.
그런데, 유럽 국가 중에서도 스위스, 스위스 안에서도 고위층 자제들이 다니던 보딩 스쿨 출신의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고 있다.
김정은은 김정일, 김일성과 달리 서구의 선진 문화, 더 나아가서 럭셔리 문화를 경험해 본 사람이다. 그는 시가를 태우고, 코냑을 마시며 에멘탈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또, 디즈니를 동경하고 NBA를 사랑한다.
그런 그가 북한에 돌아가 권력을 잡은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고작' 마식령 스키장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게 뭘 의미하는걸까?
생각해보면 알프스에서 스키를 탔을 김정은이다. 북한 내에서 김정은만큼 북한이 '후졌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스위스 보딩 스쿨에서의 경험은 그 사실을 더 극대화시켰을거다. 더 나아가 김정은은 자신의 왕국이 얼마나 트렌드에 뒤처졌는지도 단번에 파악했을거다. 그래서 이 후진 왕국에서 앞으로 수십 년을 살아야 하는 현실이 굉장히 답답했을거다. 이 관점에서 그는 그 누구보다도 북한의 경제적 발전과 개방을 원했을거다.
김정은은 미국과 얼른 친해져서 실리콘밸리도 가보고 뉴욕도 가보고 싶지 않을까?
올란도 디즈니도 가야한다. 그는 30대 중반에 불과하니까.
인간은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한 욕심은 덜어낼 수가 없다. 김정일은 김정은을 고심끝에 미국보다는 덜 자본주의적인 유럽으로, 그중에서도 중립국인 스위스로 유학 보냈지만, 그곳에서 김정은이 얻은 경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사회와 탑급 소비에 익숙한 부유층 자제들의 생활이었던거다.
통일은 모르겠지만 북한의 개방은 분명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심리학적 관점에서 김정은의 행동을 바라보면 그렇다. 복잡해 보이지만 이번 북미회담은 경제적, 정치적, 인도주의적 차원의 사안이 아니다. 김정은이라는 한 개인의 '행복 추구'에 관한 사안이다. 인간은 본디 그런 존재다.
인민을 위해서, 북한의 생존을 위해서 내린 선택이 아니라 김정은이라는 개인이 불행하기에, 앞으로도 불행할 것이 자명하기에, 그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내린 선택이다.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핵을 누를 수도 있고, 내려놓을 수도 있는 게 인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