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번의 글을 통해 

1탄 감소하는 반도체 실적, 그 배경은? https://semiconductor-digest.tistory.com/409

2탄 대한민국 반도체의 강점과 약점 https://semiconductor-digest.tistory.com/410

 

대한민국 반도체 업계의 현황과 경쟁력을 알아봤는데요. 이는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가 기회와 위험으로부터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는지 그 체력을 알아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반도체 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기회와 위험을 정리해 봤습니다.

대한민국의 반도체 업계는 다시금 호황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먼저 반도체 업계의 '기회'는, 향후 데이터 기반 서비스와 제품의 보급/확장에 따른 수요입니다.

이제 5G, 자율주행차, IOT 등의 등장에 따라 더욱 더 시장의 구도를 뒤바꾸는 강력한 제품과 서비스의 보급이 늘어날텐데요. 매일 생산되는 데이터의 양은 엄청난 수로 증가할 것이며 이는 휴대용 장비 및 데이터센터용 메모리의 수요와 필연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최근 시장조사 업체 Gartner는 세계 반도체 시장이 2019년에는 2.6%, 2020년에는 8% 성장할 것이고 자동차와 스토리지용 수요 확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더불어 시스코라는 미국의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는 세계 모바일 트래픽양이 2017년 월간 12 엑사바이트(EB)에서 22년에는 77EB로 연평균 약 4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고 주된 동력 또한 앞서 언급했던 5G 보급과 연관 서비스(IOT, 자율주행차 등)의 확산이었습니다. (*1EB=1,000 페타바이트(PB)=1,000,000 테라바이트(TB)=10억 기가바이트(GB))

세계 반도체 시장 전망(좌) 세계 모바일 트래픽 전망(우), Garatner 시스코

최근 삼성전자는 퀄컴이 주도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자동차용 AP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용 AP는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하이엔드급으로 기존의 스마트폰용 AP로는 대체하기 어려워 퀄컴보다 먼저 진출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18년 10월 자동차용 AP '엑시노트 오토'를 출시했으며 19년 1월에 아우디와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더불어 실리콘웍스 또한 초고화질 TV(8K) 중계 서비스 확산으로 인해 매출 증가가 기대되고 있는데요. 실리콘웍스에서 공급되는 LG디스플레이 패널용 드라이버 IC(8K TV용 반도체)의 가격은 기존 4K TV와 비교해 50% 이상 높은 것입니다. 최근 LG TV의 인기에 힘입어 팹리스 업체인 실리콘웍스의 매출이 증가한다면 시장에서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간단히 말해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의 '기회'는 향후 일어날 수요에 대한 기술의 선점일 것입니다.

 

다음은 반도체 업계의 '위험'입니다.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요.

1.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2.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

 

아래에 각각 부연설명을 하겠습니다.

 

1.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중국의 이런 정책의 핵심 포인트는 모든 첨단 산업의 엔진인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지 않고서는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다는 배경에 있습니다.

중국의 주요 반도체 육성 정책, IITP 한국무역보험공사

중국은 세계 반도체의 절반을 소비하는 절대적인 시장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상대적으로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온 팹리스 경쟁력에 비해 아직 반도체 제조 역량은 떨어지지만 대규모 자본 투입과 적극적인 산업 정책을 통해 자급률을 높이고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반도체 업계엔 큰 위험요소입니다.

미국 한국과 중국간 반도체 기술 격차, 산업기술수준조사(KEIT)
중국의 세계 반도체 매출 및 수입 비중(좌) 반도체 자급률 추이(우), WSTS IHS UN Comtrade IC Insights

1980년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기업들이 기술과 경험이 부족했던 우리 반도체 회사들에게 역전 당했던 것과 같이 우리나라 또한 중국에게 추격을 허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특히, 일본 반도체 산업의 쇠퇴 원인은 한국과의 기술 격차 축소가 아닌 대외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인 점, 이는 한중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는 미래의 경쟁 우위를 담보할 수 없음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더불어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활동 제재와 인력 유출 시도도 지속적으로 우리 반도체 업계에는 위험요소입니다.

 

 

2.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으로 인한 영향

지난 10년간 미국과 중국의 경제 규모 차이와 기술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미국에게는 중국 기업들의 대미 경제활동과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부당한 요구(외국인 지분 제한, 산업 스파이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GDP 점유율(좌) R&D 부문 총지출(우), IMF NSF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 등 첨단 산업 육성과 관련하여 중국기업의 대미 경제 및 투자 활동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데요.

혹시나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반사이익을 얻는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그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장기화될수록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은 더욱더 대만을 중심으로 강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ITA(무역통상)

중국의 팹리스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의 95%는 중국 또는 대만 기업이 수주할만큼 중화권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파트너십은 견고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 팹리스 시장의 파운드리별 매출 비중(좌) 국가별 매출 비중(우), IHS

결국 우리나라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고래 사이에 낀 '새우'의 입장입니다. 

대한민국에게 중국은 반도체 수출의 2/3를 수요하는 거대소비 시장이고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첨단 장비와 기술의 공급처이자 삼성전자같은 파운드리 기업들의 거래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핵심 장비와 소재에 대한 자급률만 높여도 위험요소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가별 반도체 수출(좌) 수입(우) 비중 2017, UN Comtrade
국내 반도체 장비 및 소재 국산화율,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번외)

사실 우리나라의 모든 수출업들은 미중 무역분쟁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둔화라는 문제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이 현상은 글로벌 공급망의 확산 정도를 나타내는 세계 중간재 교역액과 해외직접투자의 감소세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때 신기한 점은 단순히 '세계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라고 말하기엔 오히려 특정 지역에서의 중간재 수입 비중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이 일정 권역으로 변화/집중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세계의 각 나라들이 자국의 경제성장의 둔화를 인지하고 본인들의 좀 더 확실한 영향력 안에서 이익을 취하길 원한다는거죠.

세계 중간재 교역액과 FDI(좌) 역내 중간재 수입 비중(전체 수입 대비, 우), UN Comtrade, IMF, UNCTAD

과거의 세계경제는 중국을 통해 물건을 제조하고 무역을 해도 이익이 됐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제는 신흥국(대표적으로 중국, 한국)의 생산능력 향상에 따라 그들의 자급률과 경제가 성장했고 이로인해 물가와 인건비 상승 등의 경제성장을 초래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투자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관세나 운송비용 감축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죠.

이러한 트렌드는 자국 내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큰 관심을 보여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는 미국에게 대표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는 (타의적인)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에게는 굉장히 안좋은 현상입니다(국내 기업의 외주화와 일자리 감소 초래) 반도체 업계의 호황을 바라기엔 '다른' 레벨의 어려움이 우리 앞에 놓여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길 응원합니다.

 

Economic Insight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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