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여유로워질 수 있을까]
오늘자 pd수첩은 한전에서 하청으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현장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고의 인과관계에 대해서 취재했다.
내용물만 봐서는 한전은 쓰레기 공기업이고 그로 인해 노동자들이 굉장히 큰 피해를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방적인 피해 말이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그건 단순히 한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란 것을.
방송에 나왔던 활선작업의 경우는 전기가 흐르고 있는 상태에서 작업하는 것을 말한다. 이 작업과 반대되는 것이 사선작업(정전 후 작업)인데, 우린 이건 왜 안할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장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초고압이 흐르는 현장에서 일하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그 전기를 활용해서 생업이나 각종 활동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업시간이 최소 3시간이상인데 이 시간동안 그 일대가 정전된다고 생각하면 우리나라 난리나는 건 안봐도 비디오 아닌가.
근데 이건 비단 한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굉장히 안타까웠던 '구의역사건'도 마찬가지다. 괜히 지하철이 정차한 시간이 아니라 운행하는 시간에 스크린도어를 고치는게 아니다.
우리가 느끼고 있는 모든 편의는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을 사지로 몰아놓고 있다.
공기업은 해마다 경영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이 결과로 월급, 보너스가 주어진다. 이 부분에서 특히 고객만족도, 즉 서비스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게 공기업의 아킬레스건이다.
주관적인 지표지만 전화나 대면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했을때 이유불문하고 불만을 느꼈으면 감점당하고 월급 밀리는게 현실이란거다.
삼성처럼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많이 팔거나
현대처럼 자동차 많이 팔아서 성과급 주는 구조가 아니란거다.
사회에 있는 우리들이 스스로 각박한 사회를 만들어놓고는 자기 스스로는 착한 사람인 척 코스프레하는 것이 너무 짜증난다.
본인이 시킨 택배가 예정보다 하루 이틀 늦으면 득달같이 화내고, 문의전화하는 사람들이, 뉴스에서 택배기사님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소식을 접하면 처우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무튼, 위험하고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계속 지시해왔던 한전이 큰 잘못했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궁극적으로 복합적인 문제란 것을 우리들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당장, 이런 위험한 작업지시가 나오지 않게하려면 우리 사회가 공공서비스에 대한 관용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
전기 한시간 좀 끊겨도 대체재로 좀 버틸 수 있어야 하고, 수도 좀 끊긴다 얘기하면 물 미리 받아놓고 쓸 수 있어야 하고, 지하철 10분 정도 안와도 좀 그런갑다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
좀 "여유로운 사회"가 됐으면 한다. 제발.
현실은 나 포함 모두가 전기 잠깐 끊겨도 득달같이 한전에 전화해서 진상부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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