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저임금 인상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갖는다. 첫째,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을 높여준다. 둘째, 소득 분배를 개선한다. 두 가지 목적은 비슷한 것 같지만 분명 다르다. 첫째는 소득 분포 하극단의 level을 높이는 것이고, 둘째는 소득 분포 자체의 variance를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이 좋은 정책인지 따지기 위해서는 이 두가지 목적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달성되는지 보아야 한다.


2. 최저임금을 높인다고 해서, 정말로 최저임금 수준 노동자의 명목소득이 높아질까? 명목소득은 '명목임금률×노동시간'이다. 명목임금률이 높아져도 노동시간이 많이 줄면 명목소득은 줄어든다. 일자리를 완전히 잃는 것만이 실업이 아니다. 노동시간이 3시간 줄어드는 것도 실업이다. 좌파들은 전자만 보고 후자를 보지 못한다. 명목임금률의 증가율보다 노동시간의 감소율이 크면 명목소득은 준다.


3.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분배 개선이라는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다. 저소득층의 명목소득이 줄어든다면, 당연히 소득 분포의 variance는 커질 것이다. 또한 저소득층의 명목소득이 오른다 해도, 그만큼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명목소득이 같이 올라간다면 소득 분배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이 5,210원일 때, 내가 학원 조교로 시급을 7,000원을 받았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7,000원 되면, 원래 7,000원 받던 나는 그대로 7,000원 받고 일할 수 있을까? 이것은 이것대로 부당한 일이다. 그만큼 나의 근로 의욕과 생산성은 떨어지고, 결국 내 임금도 올려줘야 한다. 그 결과 모든 계층에서 연쇄적으로 임금 상승이 발생하면 소득 분배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4. 특히 한국의 산업 구조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 분배가 악화되기 쉬운 구조다. 대기업 강성노조, 연공급제, 중소기업의 낮은 경쟁력이 노동시장에 유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강성노조는 협약임금을 정할 때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준으로 삼는다. 연공급제이기 때문에 1호봉을 높이면 나머지 직원들의 임금까지 연쇄적으로 올라간다. 대기업은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비용을 줄여야 한다. 납품단가가 제일 만만하다.

한국의 하청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자생적으로 경쟁력을 갖춰 국제 시장에서 승부를 보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가격 협상력이 딸린다. 그래서 최저임금이 올라갈 때 하청 중소기업은 매출과 이윤 감소를 겪을 공산이 크다. 그러면 하청 중소기업의 임금 지불 여력은 떨어진다. 그래서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고용을 줄이거나, 불법을 무릅쓰고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득 분배는 더욱 악화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 후 협약임금 인상률이 5년만에 사상 최대였고, 5분위 배율 등 분배 지표가 악화되었다.


5. 또한 소득 문제는 '실질소득' 관점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 부문의 명목소득 총액을 늘릴 수 있으나 기업 부문의 명목소득 총액을 줄인다. 기업 부문에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예상하는 기대 심리가 발동하면, 생산과 투자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실질소득의 감소와 동치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수출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한국은 중국보다 높은 품질과 일본보단 싼 가격으로 틈새 시장을 형성하여 국제 시장을 공략해 왔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은 비용을 끌어올려 국제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외화를 벌기 어렵게 한다.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로 수입을 충당하는 소규모 개방 경제 하에서 외화 유입 감소는 곧바로 실질소득 감소를 뜻한다.


6. 실질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소득주도성장이다. 나는 '농산물 시장 대외 개방'과 '기업농 전면 허용'을 소득주도성장의 첩경으로 꼽는다. 공산품이나 서비스 물가가 비싸지 않은 한국에서, 사람들이 실질소득이 낮다고 느끼는 주된 이유는 식품 물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산물 시장 개방과 기업농 허용으로 식품 물가를 끌어내리면, 실질소득 수준이 높아진다.

실질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저축이 는다. 이는 정부의 정책금융 없이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운전자금 접근성을 높인다. 또한 새로운 산업에 대한 수요가 태동한다. 따라서 기업 부문의 생산과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여기에는 규제 완화와 한계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축소가 동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확실성에 따라 경제 활동이 위축되어, 저축이 아닌 현금 잔고의 축장만 늘어나 일본식의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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