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의 진짜 문제>
1. 흔히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본디 '통화 팽창'이라는 뜻이었다. 애초에 인플레이션의 어원인 'inflate'는 '공기를 넣어 부풀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통화 팽창이라는 의미는 사라지고 물가 상승이라는 의미로 대체되었다.
2. 통화 팽창이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계량 분석 결과가 90년대 들어 크게 늘고 있다. 맞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통화량이 2배 늘면 물가가 2배 는다는 식의 화폐수량설을 전개하였지만 이것은 분명히 틀린 것이다. 통화량이 2배 늘어도, 재화 공급이 그만큼 늘거나, 늘어난 통화를 소비 또는 투자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물가는 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계량 분석의 주된 대상인 미국은 90년대 이후 중국의 부상으로 각종 재화를 매우 손쉽게 수입해 왔다. 재화의 국내 공급이 는 것이다.
3. 하지만 통화 팽창은 단순히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가, 일으키지 않는가의 문제로 논할 것이 아니다. 통화 팽창은 과오 투자를 만들어 경기 변동을 만든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통화 팽창은 경제 주체들이 현재 소비를 포기할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자본가들에게 투자 자금을 공급한다. 자본가들은 이 투자 자금으로 이전에는 할 수 없었으나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규모-장기성-고차 자본재 투자를 개시한다. 이제 경제 주체들의 명목 소득은 늘어나고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투자가 늘어나니, 실질 GDP 역시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른바 '호황'이다.
그러나 이 투자로부터 소득을 얻는 경제 주체들은 현재 소비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 그래서 늘어난 통화는 고차 자본재에 대한 투자가 아닌 소비에 투입되고, 이전에 개시된 자본재 투자는 유휴화 되거나 재고가 된다. 투자에 고용돼 있던 노동자들은 실업 상태에 놓인다. 이것이 바로 '불황'이다.
4. 즉, 통화 팽창은 허구의 투자 자금을 생산 구조에 주입하는 그 때부터 경기 변동을 유발하기 때문에 나쁜 것이다. '물가 상승 그 자체' 때문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물론 물가 상승 그 자체도 저축을 파괴하고, 경제 계산을 방해하며, 화폐를 먼저 받는 사람과 나중에 받는 사람 간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또한 물가 상승이라는 것도 한꺼번에 모든 재화에 '동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통화 팽창으로 고차 자본재 투자가 일어나면 그 부근의 산업들이 생산하는 고차 자본재의 가격부터 올라간다. 그 투자로부터 명목 소득을 받아 소비하는 것은 나중이므로, 소비재의 가격은 나중에 오른다. 구리 가격이 먼저 오르고, 그 다음에 주택 가격이 오르고, 그 다음에 자동차 가격이 오르고, 소비자 물가 지수는 가장 나중에 오른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의 전개 과정을 보면 그렇다.
5. 그래서 통화 팽창이 바로 소비자 금융을 통해 소비에 쓰인다면 경기 변동은 일어나지 않고 소비자 물가 지수만 오른다. 물가 상승도 나쁘지만, 정말 나쁜 것은 대규모 실업과 생산재의 낭비를 초래하는 경기 변동이다. 생산재(노동, 토지, 자본재)의 낭비는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통화 팽창이 없었다면 생산재는 경제 주체의 현재 선호에 맞게 저차 자본재나 소비재 투자에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통화 팽창으로 엉뚱한 곳에 투입된 것이다. 불황은 그러한 과오 투자로 만들어낸 인위적 호황의 대가로서, 경제가 다시 정상 구조로 복귀하기 위한 수순이다. 통화 팽창은 물가 상승을 훨씬 뛰어넘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초래한다.
6. 불황기의 통화 팽창 정책은 특히 선진국에서 자주 사용되며, 일단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 물가 상승'은 호황의 말미에나 일어나므로, 소비자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며 통화 팽창의 정당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는 소비자 물가를 기준으로 한 통화 정책 결정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하튼 통화 팽창은 이미 경기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생산 구조가 고도화 되어 있고, 그들의 통화가 자국 외에도 전 세계에서 쓰이므로 경기 변동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가시화 되는 데에 시간이 걸릴 뿐이다. 하지만 통화 팽창은 얼마가 걸리든 분명 언젠간 불황으로 되돌아 오게 되어 있으며, 침묵의 시간이 길수록, 이후에 맞게될 고통의 시간도 길어진다. 오스트리아학파는 2005년부터 2008년의 위기를 예측했다. 그리고 불황은 수 년간 이어지다, 최근에 다시 국제적인 호황과 불황의 경기 변동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7. 오히려 불황기의 통화 팽창은 불황을 장기화 하는 경향이 있다. 과오투자를 좀비처럼 연명시켜, 과오투자에서 정상투자로 생산재가 이동하는 구조조정을 막기 때문이다. 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의 한계기업이 폭증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정상투자로 생산재가 이동하지 않으면 실질 성장이 정체하여 미래에 대한 비관이 커지고, 경제는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 현금 축장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는 시기에 나타날 수 있는데, 일본은 그 대표적 예시다. 요컨대 불황기의 통화 팽창은 장기 불황을 야기하거나, 또다른 경기 변동을 야기한다.
1. 흔히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본디 '통화 팽창'이라는 뜻이었다. 애초에 인플레이션의 어원인 'inflate'는 '공기를 넣어 부풀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통화 팽창이라는 의미는 사라지고 물가 상승이라는 의미로 대체되었다.
2. 통화 팽창이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계량 분석 결과가 90년대 들어 크게 늘고 있다. 맞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통화량이 2배 늘면 물가가 2배 는다는 식의 화폐수량설을 전개하였지만 이것은 분명히 틀린 것이다. 통화량이 2배 늘어도, 재화 공급이 그만큼 늘거나, 늘어난 통화를 소비 또는 투자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물가는 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계량 분석의 주된 대상인 미국은 90년대 이후 중국의 부상으로 각종 재화를 매우 손쉽게 수입해 왔다. 재화의 국내 공급이 는 것이다.
3. 하지만 통화 팽창은 단순히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가, 일으키지 않는가의 문제로 논할 것이 아니다. 통화 팽창은 과오 투자를 만들어 경기 변동을 만든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통화 팽창은 경제 주체들이 현재 소비를 포기할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자본가들에게 투자 자금을 공급한다. 자본가들은 이 투자 자금으로 이전에는 할 수 없었으나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규모-장기성-고차 자본재 투자를 개시한다. 이제 경제 주체들의 명목 소득은 늘어나고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투자가 늘어나니, 실질 GDP 역시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른바 '호황'이다.
그러나 이 투자로부터 소득을 얻는 경제 주체들은 현재 소비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 그래서 늘어난 통화는 고차 자본재에 대한 투자가 아닌 소비에 투입되고, 이전에 개시된 자본재 투자는 유휴화 되거나 재고가 된다. 투자에 고용돼 있던 노동자들은 실업 상태에 놓인다. 이것이 바로 '불황'이다.
4. 즉, 통화 팽창은 허구의 투자 자금을 생산 구조에 주입하는 그 때부터 경기 변동을 유발하기 때문에 나쁜 것이다. '물가 상승 그 자체' 때문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물론 물가 상승 그 자체도 저축을 파괴하고, 경제 계산을 방해하며, 화폐를 먼저 받는 사람과 나중에 받는 사람 간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또한 물가 상승이라는 것도 한꺼번에 모든 재화에 '동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통화 팽창으로 고차 자본재 투자가 일어나면 그 부근의 산업들이 생산하는 고차 자본재의 가격부터 올라간다. 그 투자로부터 명목 소득을 받아 소비하는 것은 나중이므로, 소비재의 가격은 나중에 오른다. 구리 가격이 먼저 오르고, 그 다음에 주택 가격이 오르고, 그 다음에 자동차 가격이 오르고, 소비자 물가 지수는 가장 나중에 오른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의 전개 과정을 보면 그렇다.
5. 그래서 통화 팽창이 바로 소비자 금융을 통해 소비에 쓰인다면 경기 변동은 일어나지 않고 소비자 물가 지수만 오른다. 물가 상승도 나쁘지만, 정말 나쁜 것은 대규모 실업과 생산재의 낭비를 초래하는 경기 변동이다. 생산재(노동, 토지, 자본재)의 낭비는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통화 팽창이 없었다면 생산재는 경제 주체의 현재 선호에 맞게 저차 자본재나 소비재 투자에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통화 팽창으로 엉뚱한 곳에 투입된 것이다. 불황은 그러한 과오 투자로 만들어낸 인위적 호황의 대가로서, 경제가 다시 정상 구조로 복귀하기 위한 수순이다. 통화 팽창은 물가 상승을 훨씬 뛰어넘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초래한다.
6. 불황기의 통화 팽창 정책은 특히 선진국에서 자주 사용되며, 일단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 물가 상승'은 호황의 말미에나 일어나므로, 소비자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며 통화 팽창의 정당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는 소비자 물가를 기준으로 한 통화 정책 결정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하튼 통화 팽창은 이미 경기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생산 구조가 고도화 되어 있고, 그들의 통화가 자국 외에도 전 세계에서 쓰이므로 경기 변동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가시화 되는 데에 시간이 걸릴 뿐이다. 하지만 통화 팽창은 얼마가 걸리든 분명 언젠간 불황으로 되돌아 오게 되어 있으며, 침묵의 시간이 길수록, 이후에 맞게될 고통의 시간도 길어진다. 오스트리아학파는 2005년부터 2008년의 위기를 예측했다. 그리고 불황은 수 년간 이어지다, 최근에 다시 국제적인 호황과 불황의 경기 변동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7. 오히려 불황기의 통화 팽창은 불황을 장기화 하는 경향이 있다. 과오투자를 좀비처럼 연명시켜, 과오투자에서 정상투자로 생산재가 이동하는 구조조정을 막기 때문이다. 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의 한계기업이 폭증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정상투자로 생산재가 이동하지 않으면 실질 성장이 정체하여 미래에 대한 비관이 커지고, 경제는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 현금 축장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는 시기에 나타날 수 있는데, 일본은 그 대표적 예시다. 요컨대 불황기의 통화 팽창은 장기 불황을 야기하거나, 또다른 경기 변동을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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