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14일, 노회찬 의원이 자녀가 원칙적으로 성(姓)과 본(本)을 아버지의 것을 따르도록 하는 구대한민국 민법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우리나라의 수많은 어머니들의 권리는 차별받고 있었을지 모른다.
같은 해 11월 19일, 노회찬 의원이 병역법 개정안 대표발의를 통해 헌법상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를 조화롭게 보장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지난번 헌법재판소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결은 더 미루어졌을지 모른다.
2005년 9월 20일과 2006년 10월 12일, 장애인 차별금지 및 성전환자의 성별변경에 대한 법안을 대표발의하지 않았다면, 펍을 차리는 것이 꿈이었던 트랜스젠더 친구와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던 하반신 마비 지인의 목표는 조금 더 멀어졌을지 모른다.
2013년 2월 14일, 노회찬 의원이 소방공무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소방공무원들은 매일매일 목숨을 바쳐야 하는 위험한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고 계셨어야 했을지 모른다.
2018년 2월 7일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지 않았다면, 정부에서 추진하는 카드 수수료 현실화 방안에서 자영업자의 매출 규모가 불리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채 정책 입안이 진행됐을지 모른다.
그리고 다음달 3월 9일, 노회찬 의원이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공익신고자들이 부당한 보복과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은 앞으로 조금 더 길어지게 됐을지 모른다.
나는 내 평생 노회찬 의원에게 땡전 한 푼 후원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회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120개의 상당수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나아지게 했다. 결국 우리들은 이 분에게 조금씩 빚을 진 셈이다. 어쩌면 우리가 진 빚의 크기보다 적은 액수의 돈 때문에, 그 스스로 발걸음을 멈추어야했던 것은 우리들의 책임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살아있는 자들이 그 빚을 갚을 차례다. 차별이 없고 노동자들이 더 윤택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그의 뜻을, 우리 국민들이 힘을 모아 갚아 나가야 한다.
좋은 별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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