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의 문제는 사람들이 나이가 많아져서 돈 되는 일을 잘 못한다는 데서 발생한다.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나이가 많아져도 젊을 때처럼 돈 되는 일들을 잘 하면 된다.
일본에 가보면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게 된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분들이 관광객들 짐도 들어주고 안내도 해주고 마트에서 시식코너도 운영하고.. 우리나라에는 젊은이들이 하는 서비스를 그들이 다 한다.
고령이 됐지만 고령이 아닌 것처럼 일을 하니 고령화의 문제가 줄어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게 가능할까.
우리나라도 가능했으면 좋겠고 가능해야 하지만 돈을 걸고 내기를 하라면 우리나라는 잘 안될 거라는 쪽에 걸겠다.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장유유서 문화가 걸림돌이다.
고령층이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이 서비스업인데 서비스업의 바탕은 좋게 말하면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고 험하게 말하면 고객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고령층들(나도 물론 곧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은 젊은이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웃으며 그들을 손님으로 대접하는 일을 잘 해내지 못한다. 수십 년간 근육이 굳어있어서 그렇다.
특히 남성들이 그렇다(나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 고령층에 비하면 서비스 마인드가 천양지차다.
그동안 수많은, 나이 든 남성 주차장 관리원들을 만났지만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고 고개 숙여서 인사를 하는 걸 본 일은 거의 기억에 없다.
기분 좋은 서비스를 가끔 제공받는 경우는 아파트나 회사 경비원 등 그나마 서로 지속적으로 얼굴을 볼 일이 있는 경우다. 뜨내기 젊은 고객에게는 좀처럼 제공되지 않는 서비스다.
아마 나를 포함해서 한국의 남성들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험을 거의 해보지 못하고 은퇴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 최저임금법이 개선되고 더 강화될수록 이런 노인들이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같은 값이면 젊은이를 쓰는 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나도 은퇴하고 나면 무슨 일을 하든 나보다 나이 어린 고객들을 기쁘게 해주는 게 본질인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나이를 잊고 고개를 숙이고 웃음으로 대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10년 안쪽 정도의 나이 차이는 이제 서로 반말로 트고 지내는 연습을 본격적으로 좀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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