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9만8천원 내고 39만원 받습니다. 이게 문제>
1. 국민연금은 어차피 못 받을 돈?
틀린 말이다. 국민연금이 바닥나는 이유는 '너무 조금 내고 많이 받는 구조'때문이다. 그러니 국민연금은 '어차피 못 받을 돈'이 아니라, 사실은 '너무 많이 받는 돈'이다. 그래서 2057년쯤 바닥나는 거다. 당연하다. 어디 허투루 써서 곳간이 바닥나는 게 절대 아니다.
국민연급은 88년 전두환 정부 때 도입된다. 당시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로 설계됐다. 내 소득의 3%를 내고 노후에 내 평균 소득의 70%를 가져가는 구조다. 그래도 턱없이 많이 받는 구조다. 지금도 정확히 내가 낸 돈의 1.4~4.5배를 받는다. 게다가 물가인상도 반영된다.
2. 그래봤자 겨우 용돈 수준?
지금 국민연금 중 노령연금을 수령하는 국민은 370만명 정도 된다. 이분들은 평균 월 39만원을 받는데, 여기서 "이걸로 대체 어떻게 살란 말이지?"라는 용돈연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니 매월 연금보험료 내기가 더 싫어진다. 그런 와중에 정부가 또 보험료를 올린단다. 자꾸 화가 더 난다. 결국 이 논의는 국민연금 차라리 폐지하자!는 댓글과 민심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과연 이분들은 매월 평균 얼마쯤 연금보험료를 냈을까? 답은 9만8천400원이다. 그러니까 한달 10만원을 내고 40만원을 받는 구조다. 이러니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바닥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연금보험료를 낼 때는 10만원이나 내고, 받을 때는 고작 40만원 밖에 못받는다"는 이상한 논리에 빠져있다.
심지어 납부기간은 평균 12.6년에 불과한데 수령기간은 20년이 넘는다(60세 한국남성의 기대여명은 22년이다) 진짜 남는 장사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국민연금은 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받아가는 구조다 그래서 고쳐야 한다.
참고로 소독이 많은 사람은 낸 돈의 1.4배를, 소득이 낮은 사람은 최대 4.5배까지 받아간다. 그러니 소득이 낮을수록 더 열심히 가입하고 꼭 10년을 채워야한다. 그래야 노후에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한가지 넌센스가 있다면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최대 7년 이상 오래 산다는 통계가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고소득층이 더 많이 받아간다.)
3. 공무원 연금은 그렇게 많이 준다.
'국민연금'은 엉터리라고 꾸짖는 분들이 자주 언급하는 게 '공무원연금'이다. 실제 평균 수령액이 국민연금은 월 39만원 정도인데, 공무원 연금은 240만원이나 된다.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이 바닥날까봐 정부는 해마다 1~3조원의 재정까지 투입한다. 그러니 공무원연금은 정부가 세금으로 채워주고 국민연금은 왜 나보고 더 내라고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여기엔 과장된 부분이 많이 있다.
1)공무원 연금은 일단 가입기간이 길다.
공무원은 한번 하면 퇴직할 때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평균가입기간이 33년이나 된다.
2) 공무원 연금에는 퇴직금이 포함돼있다.
예전에는 대부분 퇴직금처럼 일시불로 타갔지만 지금은 우리가 워낙 오래 살다보니 다들 연금으로 받는 구조다.
3) 공무원 연금은 적자가 나면 정부나 자치단체가 채우도록 지급보장이 돼있다.
그런데 왜 국민연금은 안해주나?라는 반문이 있다면, 이 경우 정부 채무에 따라 미래에 지급할 국민연금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답할 수 있다.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우리 국민 2,200만명이 가입하고 있는 국민연금을 정부가 모른 척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돈만 내고 연금 바닥나서 떼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누가 봐도 지나친 것이다.
4) 공무원의 낮은 급여를 보전해준다?
공무원의 평균 연봉은 6,600만원 정도다. 그런데 워낙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대졸 취업자의 첫 급여가 인상되지 않다보니 이것도 꽤 높아 보인다. 공무원 처우가 예전처럼 그렇게 형편없지 않은 것이다. 실제 해마다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청년들을 봐도 우리 공무원 처우는 이제 최악을 벗어난 것 같다. 그러니 공무원 연금이 열악한 처우를 보상한다는 주장은 점점 설득력이 떨어진다.
4. 수익률이 꽝이다.
실제 올해 수익률은 좋지 않다. 1% 밑까지 추락했다. 내리막길인 증시 등의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지난해에는 7% 넘게 수익을 냈다. 30년 평균 수익률이 5.9%가 된다. 은행 예금금리를 생각한다면 매우 뛰어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나쁜 수준까지도 아니다.
요즘 인기 좋은 ELS 수익률이 연 6% 정도다. 하지만 은근히 위험하다. 원금손실이 크게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데 우리 국민연금은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해마다 6% 가까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참고로 투자 잘한다는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도 20년 수익률이 6.1%정도다.
그러니 국민연금 연체하면서 민간보험사의 개인연금 가입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다.
5. 국민연금이 또 국민들 주머니를 털어간다.
완전히 틀린 표현입니다. 모 신문이 이렇게 제목을 썼다. 의도적이라면 나쁜거고, 모르고 썻다면 부끄러운 거다. 국민연금 보혐료를 올리면 노후에 받는 연금도 높아진다. '소득대체율'이 올라간다. 다시말해 우리거 더 내면 연금 고갈을 막거나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다. 통장 고갈을 막기 위해 저축을 더 하는 셈이다.(실제 국민연금은 국민강제저축의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니 연금보험료를 인상하는게 절대 국민주머니를 털어가는게 아니다. 그 말이 맞다면 민간보험사에 매달 꼬박꼬박 내는 개인연금보혐료도 국민 주머니를 털어간다고 해야한다. 어머니가 생활비에서 저축을 더하겠다고 해도 그것이 우리 가족의 주머니를 털어가는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지금 더 내는 만큼 미래에 더 받는 구조가 되는거다.
6. 왜 부자들이 바닥난다는 국민연금에 굳이 가입을 할까?
국민연금은 소득이 있는 만 18세 이상 국민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가입할 의무도 없는 국민들이 자구 가입을 한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수'가 34만명이나 된다. 5년 만에 두배나 늘었다. 왜 난파선이라는 국민연금에 주부나 학생까지 가입을 할까? 이 사람들은 '조금 내고 많이 받는' 국민연금 구조를 알아차린거다.
넉넉한 사람들은 그래서 대학 다니는 자녀까지 모두 가입을 시킨다. 그런데 한 켠에서 서민들이 국민연금이 난파선이라는 주장만 믿고 내야할 보험료마저 연체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이렇게 소득불평등까지 가중시킨다.
결론:
국민연금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너무 많이 받아서 문제다. 그러니 조금 더 내거나 덜 받아야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도 손해가 아니다. 지금도 받는 연금이 너무 적으니 아마 조금씩 연금보혐료를 더 내는 개혁을 하게 될거다. 썩 안내켜도 가야할 길이다. 그리고 이 논의구조를 흔드는 사람들은 의심해봐야 한다.
참고.
소득대체율이 45%라면 내가 연금을 납입한 시기에 평균 소득의 45%를 매월 연금으로 준다는 뜻이다. 만약 내가 월 100만원으로 시작해 퇴직할 때 월 200만원을 받았다면 평균 150만원의 45%인 67만원 정도를 매월 받는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보통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상당히 더 낮은 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물론 단점도 몇 있다.
1. 강제성(의무)이라는 점.
2. 내가 낸 돈을 죽은 뒤에는 가족들한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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