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만성적 재정악화에 시달리는 국가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그 유형도 굉장히 유사하다.


1.

국가는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폐를 발행하며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처음에는 토지, 건물, 귀금속, 세수, 식민지 혹은 기타 국가사업에서 얻은 수입으로 지폐의 가치가 정상적으로 보장된다. 지폐 도입이 성공한 듯 보인다. 국가가 채무를 정리하고,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덕분에 경제가 활성화되고, 생산과 복지는 증대된다.


2.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성공에 도취한 국가는 경솔한 판단을 한다. 통화량을 늘리기에 바빠 통화의 실질가치와 명목가치가 일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동시에 국가는 재정적자에 시다리고,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화폐발행량을 늘린다. 이제 그레셤의 법칙이 슬슬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시중에 악화의 유통량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사람들이 양화는 뒤로 빼돌려 움켜쥐고 있으려 하고 가치를 상실한 악화로 빚을 갚으려 하기 때문이다.


3.

이제 초반에 누리던 행복은 사라진다. 부채가 증가하고 정부에서 적자를 메우기 위해 화폐발행량을 증가시키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이 3종 세트가 순차적으로 발생하면서 경제 및 신용 위기로 이어진다. 화폐발행량이 증가하고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바꾸려다 보면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모든 것이 하강 국면으로 접어든다. 


4.

정부는 재앙을 막기 위해 마지막 카드를 꺼낸다. 가격 동결을 선포하고, 시민들에게 '가치를 잃은' 화폐를 사용할 것을 강요하며 금은 거래를 금지하고 재산을 몰수한다. 이제 국민이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부는 불안정한 통화 체제에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을 엄벌에 처한다. 하지만 대개 소용이 없다. 재앙이 올 시기가 미뤄질 뿐이다.


5.

경제가 붕괴한다. 인플레이션으로 통화가 무너지면서 정부는 고통스런 화폐개혁을 단행한다. 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잡아보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대개 이런 것들은 높은 경제 비용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경제 회생 조치를 감행한다. 국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을 감수해야 하며 도중에 중단될 위험도 있다. 이런 정책을 도입해봤자 경기 부양 효과는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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