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평균 농도잖아요.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건 고농도일 때만입니다. 그럴 때 조사해 보면 중국발이 대부분이니까 이 글은 틀린 것입니다."
네! 제가 5편에 달리길 기대했던 댓글입니다. 제가 여러분들의 궁금증 대로 시리즈를 구성한 것 같아 흐뭇합니다. 위와 같은 생각을 하신 분들께 이번 글이 반전의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바로 '평균의 함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여러분들은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의 농도부터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주의보가 내려질 정도의 농도인가요? 아니면 '나쁨' 수준 이상의 농도일까요? 아마도 최소한 '나쁨' 정도는 되어야지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해로울 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역치'라고 하는 개념입니다. 문턱값이라고도 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아무리 주변에서 사람들이 재잘거려도 귀에 해롭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떤 놈이 진짜 귀에 대고 '미세먼지는 다 중국 탓이야' 소리 지르면 고막이 나가겠죠.
네, 이상한 비유지만 역치라는 건 이렇듯 그전까진 인체에 해롭지 않다가 어느 순간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이야기해요.
-그렇다면 미세먼지의 역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이 그래프부터 보시죠. 첫번째 첨부한 그림입니다.
Addressing Global Mortality from Ambient PM2.5(Apte et al., 2015)에 실린 그림입니다. (이것 말고도 미세먼지의 역치를 찾기 위한 여러 연구들이 비슷한 그래프를 나타냅니다.)
미세먼지에 따른 각종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미세먼지를 얼마나 낮추면 우리 몸에 해롭지 않을까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대요. 근데 농도가 아주 낮은 나라에서 이 정도면 더 줄여도 효과가 없겠지 했는데 그래도 미세먼지를 줄이면 줄일수록 사람들의 건강이 더 낫더래요. 그래서 인류가 사는 도시 가운데 가장 깨끗한 농도(5.8㎍/㎥)인 수준까지 조사를 해봤는데도 낮으면 낮을수록 사망률이 줄더랍니다. 우리나라같은 고농도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곳인데 말이죠. 소소익선(少少益善)이란 말입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미세먼지는 어느 수준 이상이어야지 해로운 게 아니라 낮은 농도에서도 있으면 있는 만큼 해롭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미세먼지가 심지어 집 안에서도 유해하니 잘 때도 마스크를 끼고 자라는 의도는 아닙니다. 미세먼지는 '유해성'의 관점에서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고 싶어서입니다. 아마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 여러분이 생각하는 미세먼지와 유해성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는 그림 2일 것입니다.(또 발로 열심히 그려봤는데 이해에 도움이 되실런지 모르겠습니다ㅠㅠ) '미세먼지는 최소한 '나쁨' 이상의 농도에서만 해로울 테고 그렇다면 우리한테 문제가 되는 건 고농도를 일으키는 중국 때문이지, 우리가 배출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테야. 그래서 평균 따윈 함정이고 오류일 뿐이야' 라고 생각하셨겠죠. 그런데 이게 미세먼지에 관한 가장 큰 오해였다는 겁니다.
-물론 미세먼지의 단기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평소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호흡기가 안 좋은 분들에게는 단기간의 고농도 시기가 마지막 한계치를 넘어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사상 최악'이라던 고농도 시기를 되돌아 봅시다. 주변에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폐병이 걸려 픽픽 쓰러져 나갔나요? 일주일이 지난 지금 여러분의 삶에 큰 변화가 생겼나요? 보건학자들은 미세먼지는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에게는 장기간, 지속적 노출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장기간 마신 미세먼지의 총량, 즉 '평균 농도'가 결정한다는 의미입니다.
-WHO의 Air quality guidelines에서도 평균 농도를 줄일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초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6%씩 늘어난다고 봅니다. 국내에서 초미세먼지 때문에 1년에 약 만2천 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에서도 '평균 농도'를 WHO 권고치만큼 줄이면 조기 사망자수가 8천 명이 줄어들 거라고 말합니다. '평균 농도'는 결코 함정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일반인이든 언론이든 많은 사람이 미세먼지를 '고농도' 시기에만 집중해 바라보고 있습니다. 원인과 대책도 '고농도' 시기에서만 찾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기상 요인과 중국발 등이 겹쳐 발생하는 '고농도' 시기는 애초에 우리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나오는 대책들도 '이미 떠다니는' 미세먼지를 줄이려거나(인공강우, 스모그타워) 회피하는 대책(마스크, 공기청정기)에 급급한 상황입니다. '고농도의 늪'에 빠진 셈입니다. 그 예산을 '나오는'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사용한다면 당장 우리가 체감하긴 어렵더라도 비용이 들어간 만큼 많은 사람의 건강에 도움이 될겁니다. 최소한 인공강우나 스모그타워보다는 나을 거란 말입니다.
-정부도 언론도 전문가도 대다수 사람들의 건강에 혜택이 돌아가고, 상대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평균 농도' 줄이기의 관점에서 미세먼지를 바라보는 게 어떨까요? 미세먼지는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줄인 만큼 우리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또 평균 농도를 줄이면 당연히 고농도 시기의 농도 역시 줄어드는 효과도 있으니까요.
-7편에서는 그렇다면 이 가운데 우리가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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