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부터 유럽을 방문 중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지 공무원을 대상으로 준비한 연설문에서 "한국 재벌들이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마저 장악했다"고 표현한 게 논란이 되고 있다. 장관급 공무원이 해외에 나가, 그것도 정책 당국자들 앞에서 개인적인 추측을 객관적 사실인양 주장한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 경제에 대한 '세일즈'도 부족할 판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크다.
김 위원장은 "한국 30대 재벌 집단의 자산총액이 한국 전체의 국내총생산보다 커질 정도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며 "상위 10대 재벌의 자산총액이 GDP의 80%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나 부의 집중도를 설명하며 자산총액과 GDP를 비교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 10대 재벌의 총자산이 GDP의 80%라고 하면 듣는 사람은 다른 경제 주체들은 GDP의 20%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자산에는 기업이 보유한 현금 예금 건물 토지 등이 모두 들어간다. GDP는 1년이란 한정된 기간 내에 한 국가 안에서 각 경제주체가 경제활동을 통해 일으킨 부가가치의 합이다. 정확하게는 A, B 두 기업 중 어디가 돈이 더 많은지를 비교하는데 A기업은 1년간 생산한 부가가치만 보고 B기업은 부가가치뿐만 아니라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과 예금까지 합쳐 계산해야 하는거다.
KB금융그룹은 올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전체 가구의 총자산을 9884조원으로 추정했다. 한국 GDP의 600%나 되는 규모다. 하지만 이를 보고 우리는 한국 가계는 자산이 GDP의 6배나 될 정도로 부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이자 20년 넘게 대학교수로 재직한 김 위원장이 '경제상식'에 해당하는 이 같은 개념을 몰랐을 리는 없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설명하기 위한 의도였을거라고 추측되지만, 그렇다고 명백히 잘못된 비교를 갖고 경제 현실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것은 책임있는 공무원이 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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